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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        )이
강점? / 약점?

 


1999년의 기묘년 계유월 갑오일은 1939년에는 없다. 기묘년 갑술월 갑오일은 1939년 10월 24일에도 해당한다.

(02:48 절입)

 

 



한숨 돌린 술사들이 격의 없이 한마디씩 했다. 옥사의 침침한 냉기가 그들을 괴롭혔다.  

"만약에 말이오. 금부도사가 이런 입증 방법을 수용하지 않으면 어찌들 할 거요?"

"그가 수용하든 안 하든 우리에게 달라질 것은 없소. 그러니 내 소신도 달라질 것은 없소."  

"맞소. 금부도사가 그랬소. 너희는 입증할 수도 없고 풀려날 수도 없다고. 그것이 정해진 각본이오. 어차피 못 풀려날 거, 하고 싶은 말이나 시원히 하겠소."

"나도 그럴 참이오. 비록 호구지책으로 술사 노릇하고 있지만, 복채보다 음양 오행의 조화 이치를 통해 깨닫는 이득이 훨씬 많았소. 그래서 술서는 사술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는 거요."  

"난 금부도사가 수용할 거라 보오. 그는 밑져야 본전이오. 아니 일거양득이오. 거저 사주도 보고, 각본대로도 하고." 

"저들의 목적은 겁박해서 우리의 혀를 자기들 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지, 술서 이치가 맞냐 안 맞냐를 따져서 물고를 내겠다는 것이 아니오."   

"동감이오. 안동 김씨나 풍양 조씨나 우리를 박대해서 얻을 것이 없소. 공포 분위기로 몰아 투옥한 연후에 때가 되면 한 사람씩 회유하리라 보오."

"맞소. 특히나 이런 입증 방도를 제시하는 술사를 그냥 두지는 않을 거요. 반드시 시험해 보려고 할 것이고, 반드시 회유하려고 할 것이오."  

"아마 금부도사의 눈이 희번쩍 뜨일 거요. 이거 이거 물건이네 하며." 

"그래서 술사는 굶어 죽기도 힘들고, 제 명대로 살기도 힘들다고 했는지 모르겠소."

"맞소. 그것이 술사의 숙명인 것 같소." 

말이 뜸해지자 강산도 한마디 했다.

"난 끝까지, 아닌 건 아닌 거요 할 작정이오. 여기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워서, 너무 배가 불러서 고문받으면서도 히죽 웃을 것 같소."

아파서 끙끙대던 백운도 한마디 했다.

"병중인 노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어쩌겠소. 이것도 운명이려니 해야지. 이번에 김씨 세도가에 제대로 당했지만 언젠가는 복수할 날이 올 거요. 기필코 복수할 거요. 고문당하는 것이 뭐 대수요. 잠시 두렵고 고통스러울 뿐이오." 


가부좌를 틀고 묵상하던 진명도 한마디 했다.

"불안 걱정 궁금증 호기심 이런 거는 본능 같은 것이오. 그래서 술사는 사라지고 싶어도 사라질 수가 없소. 늘상 우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오. 금부도사도 예외는 아닐 거요. 입증 기회가 주어지면 진력을 다하겠소. 어찌 될지, 결과는 하늘의 몫이오. 우리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강건하고 술사의 본분 잘 지켜갑시다."

술사들이 진명, 백운, 강산의 손을 맞잡고 통성명도 하고 그랬다. 

 



옥사 밖에서 참새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날이 밝은 것이다.

취조 시각이 다가오자 술사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하지만 그들은 어제의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가슴 속에는 진명이 지펴놓은 불씨가 살아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흡사 '우리는 사라질 수 없는 술사다', '우리는 본분을 지킬 것이다', '우리는 죽어서라도 입증해 낼 것이다'고 결연히 외치는 것 같았다.       

포졸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진명과 강산이 백운을 부축하며 끌려갔다. 술사들이 포박당한 채 취조장에 꿇려 엎드려졌다. 

금부도사가 마땅찮은 걸음으로 나와 자리에 앉았다. 좌중을 휘 둘러본 뒤 귀찮다는 어투로 잘라 말했다.


"네놈들이 신봉하는 술서는 사술이고, 사술을 입에 담아 퍼뜨린 자는 혹세무민의 죄인이다! 네놈들은 어제 기회를 줬지만 입증하지도 못했다. 여봐라! 이 죄인들을 지시한대로 각자 끌고 가거라!"

진명이 포졸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왜 이러시오! 끌려갈 때 끌려가더라도 할 말은 하게 해주시오!"

금부도사가 고쳐 앉으면서 쏘아붙였다.  

"네놈이 입증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그렇소!"

"어디 사는 누구냐!"

"남산골 이진명이요!"

 

금부도사는 '이 놈 봐라'는 표정으로,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는 것처럼, 고개를 슬쩍 모로 꼬고 진명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알 듯 모를 듯 끄덕거리더니 일갈했다.  


"좋다. 약속대로 기회를 주겠다. 허나 입증하지 못하고 구구한 설만 늘어 놓으면 형벌에 처해진다는 것도 알고 있으렸다!"

"알고 있소!"

"해 보거라!"

진명이 거침없이 설파했다.

"진술사는 수기치인을 좇는 사람이고, 가술사는 혹세무민을 좇는 사람이오. 진술사는 활인이 목적이고, 가술사는 영리가 목적이오. 진술사는" 

"허험! 서설이 길다!"

금부도사가 말을 끊었다. 진명이 목소리를 더 높였다. 

"진술사는 술서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나, 가술사는 맹목적으로 신봉하오. 진술사는 술서의 모순을 경계하나, 가술사는 그 모순을 악용하오. 진술사는"

"허험! 이 놈이!"

금부도사가 발로 바닥을 내리쳤다. 진명이 숨을 고르며 당차게 이어갔다. 

"진술사는 경천애인을 행하는 사람이오! 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암소가 마시면 젖이 되듯, 술서 역시 그것을 익히는 술사의 마음에 달린 것이오!"

"험! 혀가 길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

"주역, 사주, 풍수가 술서를 대표하지만 주역과 풍수는 이 자리에서 입증하기에 제약이 따르오. 하여, 사주로 입증할 수밖에 없소."

"그래서 사주를 어떻게 입증하겠다는 것이냐!"

 

진명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증 방법을 차근차근 귀에 착착 감기게 설명했다. 

금부도사가 코웃음을 치며 되물었다. 

"뭐라? 네가 종이에 적은 세 개의 문제를 내가 검토하고, 동의가 되면, 다섯 명의 생일과 천세력을 가져와 네게 주고, 내가 그 문제 중 하나씩 내면 네가 삼 분 내에 답해 보이겠다고?"

"그렇소!"

금부도사는 '허, 이놈들 봐라'는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보일 듯 말 듯 탁 탁 치면서, 시선은 진명을 향한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네놈들이 간밤에 무슨 작당 모의를 한 모양이다만, 그래봤자 네놈들은 독 안에 든 쥐다... 헌데 이진명이라는 이 놈은 김대감님이 봐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놈이다. 허니 일단 이 놈이 내는 문제를 한 번 보고 판단하는 것이 순서다.'  

"허험! 정 정 그렇다면 어디 한번 해보거라!"

술사들의 탄성 소리가 낮게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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